그런 얘길 들었던 적이 있어.
 
한 3~40년을 같이 산 부분데,
어느날 여자가 외출했다가 전철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대.
그 때 전철안에서 저만치에 낯익은 중년 남자가 보였는데
가만보니까 자기 남편이었던거야.
 
그렇게 우연히 만나면 굉장히 반갑잖아.
하지만 굉장히 반갑지만 여잔 아는척을 안한거야.
왜? 귀찮아서.
 
사람들 있는데서 부르기도 뭐하고, 부르면 괜히 남의 시선만 끌고
남편이 서있는 곳까지 꾸역꾸역 사람들 헤치고 걸어가기도 뭐하고
어차피 집에 가면 볼건데 뭐~ 이런 기분이었던거지.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것도 아니고 굉장히 좋은 사이래.
 
 
난 잘 이해가 안되지만 그 얘기를 우리 엄마한테 해줬더니
'왜 이해가 안돼?' 그러시더라.
그런거 있나봐, 사랑하는 사람이랑 오래오래 같이 살면
너무 편안해서 이런거 저런거 다 생략하게 되는거.
 
아, 근데 웃긴건 여자가 전철 내려가지구 지하도에서 나오니까
비가 오고있었는데 거기서 남편이 기다리고 있더라는거야.
그니까 남편도 전철안에서 이미 아내를 본거지.
 
그래서 둘은 같이 우산 쓰고 집에 갔대.
 
  
난 왜 이 얘기가 그렇게 아름답지?
 
 
  
이제 서로 너무 뻔해져서 할말도 없어져버린 사이.
하지만 어디 설레는 사랑만이 사랑일까?
 
너무 뻔해진 이 사랑이 더 고마운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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