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장애인이 된다면

저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군대를 제대하고, 회사를 다니며 
가끔씩 취미를 즐기는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1999년 1월 18일 저녁 11시,
동료 운전자의 퇴근길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저를 평범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며
때로는 세상과
때로는 제 자신과 싸워야 했습니다.

인생...
그 의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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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떨어본 사람일수록 
태양의 따듯함을 더 잘 아는 것처럼
한순간의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고 나서야
평범한 일상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 후
방안 침대에 누워 2년이라는 시간동안 
세상을 창문 밖으로만 쳐다만 봐야 했습니다.
전신마비라는 장애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문 밖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고,
지독한 외로움만이 친구 아닌 친구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창문 밖의 파란 하늘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울컥하여 하염없이 펑펑 울었습니다.

그것은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아름다운 하늘을 
방안 침대에 누운 채
앞으로도 평생동안
창문 밖으로 쳐다만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이 감옥(?)과도 같은 
방 안을 탈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어느새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보험업이라는 직업을 선택해
일한지 9년째, 
매일 사무실로 출퇴근 하며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비록 한 달 동안 번 월급의 대부분을
저를 도와주시는 활동보조인께
드리고 나면 남는 것은 없지만
저는 이전보다 훨씬 행복합니다.
매일같이 출근하는 직장이 있고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평범한 하루...
일상의 자유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등록 장애인 260만 명,
휠체어를 타야하는 척수장애인 14만 명,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있어야 
문 밖을 나설 수 있는 중증장애인 4만8000명,
전신마비의 중증장애인 9800명...
그리고
9800명의 전신마비 장애인 중에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는 장애인은 50명도 채 안 되는 현실...

저는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사회는 저를 사람이 아니라 
장애인으로 바라봅니다.
사람의 인생은 사람을 만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태어나서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나와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 가에 따라서
인생은 많은 영향을 받고,
또 살아가는 이유를 찾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은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학교와 사회는커녕 
사람조차 만나기 힘든 문화 때문에 
방안에서만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장애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저는 하루를...
힘들어도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자유"를 위하여... 

- 김영주 (새벽편지 가족) -



밥을 먹고 
새로운 누군가와 말을 하는
평범한 일상..
누군가에게는 절실합니다.

- 평범을 누리는 것에 감사합시다. -


by 민트앤라떼 2012. 5. 21. 09:11